2002/04/30 17:23
'인간이 입을 수 있는 로봇'. '마이크로 로봇 집개', '캡슐
형 내시경'.. . 한국과학기술연구원(KIST) 지능형마이크로시
스템연구센터의 김경환 박사 (35). 그렇게 오래지 않은 연구
경력에도 불구, 로봇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세계 정상을
꿈꾸는 젊은 과학자이다.
로봇하면 산업현장에서 사람 대신 일을 하는 것으로 연상하지
만 그가 세 계 최초로 개발한 '로봇웨어'로 불리는 입는 로봇
은 인간과 기계가 하나 가 되는 '휴먼-기계 인터페이스'를 구
현, 주목을 끈다.
"원래 저희 집은 이공계 출신들로 뭉쳐 있어요. 서울대 공대
전기과를 나온 아버지 그리고 매형, 저까지 모두 이공계 출신
이죠" 반도체 장비 사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공장에서 고등
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실험실을 만들기도 했다는 김 박사는
이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자 연스럽게 이공계 대학을 진학,
세계적인 로봇전문가를 꿈꾸는 과학자가 됐다.
연세대 전기과에 진학한 꿈 많은 김 박사가 로봇 분야에 빠
져 들게 된 것은 4학년 재학중 퍼지이론의 대가인 전자과 박
민용 교수를 만나면서 부터였다.
"미국 유학도 생각했는데 박 교수님이 로봇 연구를 위해 동경
대학 유학 을 권유했었죠" 김 박사는 1992년 동경대학(전기공
학)에 들어가 로봇연구에 대한 눈을 뜨게 한 호리 요이치 교
수를 만나 로봇동작 제어를 공부하고 여기서 석. 박사학위를
받았다.
당시 호리 교수는 그에게 실용연구의 중요성을 가르 친 은사
이다.
종합 과학으로서의 로봇에 대한 그의 접근은 미국에서 이뤄졌
다.
동경대 학을 졸업한 김 박사는 미국 위스컨신대학에서는 기계
과에서, 텍사스A&M 대학에서는 전산과에서 박사후 과정 연구
원으로 공부했다.
"기계, 전산, 전기 쪽에서 로봇을 접근하는 각각 방법이 다릅
니다.
로봇 을 전기과에서는 모터달린 기계로, 기계과는 기계의 연
결로, 전산과에서 는 인공지능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로 파악
하죠" 종합적인 접근이 가능해야 만 로봇을 이해할 수 있다
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치면서 얻
은 소득이었다.
이후 지능형마 이크로시스템사업단의 박종호 박사의 요청으
로 귀국, KIST에 보금자리를 잡았다.
김 박사는 연구 방향을 크게 두가닥으로 잡고 있다.
하나는 인간과 기계 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
것이다.
다시말해 인간과 로봇 을 물리적으로 하나로 묶는 '사이보
그'를 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.
"인간의 신체 일부를 대체하거나 인간이 로봇의 보조를 받아
힘을 증폭 할 수 있는 사이보그 연구는 선진국에서도 아직 초
보적인 수준입니다" 김 박사는 이런 연장선 상에서 세계 최초
로 인간이 입을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된 로봇인 '로보웨
어'(RoboWear)를 만들어 냈다.
이 연구에 대한 김 박사의 자부심은 대단하다.
보통 로봇을 제작하는데 전동식 모터를 사용하지만 공압(공기
를 주입해 힘을 만드는 기술)을 이용해 로봇을 입은 사람이
크게 불편해 하지도 않 고 무거움을 느끼지도 않게 하는 기술
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로보웨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
이다.
김 박사의 또 다른 연구 방향은 마이크로.나노 로봇의 개발이
다.
통상 로봇이 큰 물체를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와는
정반대로 접근해 '마이크로 세계', '나노 세계'를 다루는 로
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.
일단 김 박사는 사업단의 일원으로 최근 마이크로.나노 매니
퓰레이션 시 스템과 캡슐형 내시경을 개발해 냈다.
마이크로 매니퓰레이션 시스템은 세포를 조작하고 마이크로
나 나노단위의 미세한 부품을 다를 수 있는 로 봇이다.
이 분야는 나노기술(NT)과 생명공학(BT)의 만나 탄생한 기술
이다.
"국내에서 어느 누구도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없는데 바
로 KIST같 은 국책연구소 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" 그
는 유독 로봇분야의 새로운 '패러다임 이동'을 강조한다.
국내 로봇산 업이 고사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
를 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 문이다.
한때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가 7개에 달할 정도롤 발전하던 로
봇산업이 국제통화기금(IMF) 한파 이후 대형 로봇을 만드는
현대중공업과 조립용 로봇을 만드는 삼성전자만이 명맥을 유
지할 정도로 붕괴 상태를 맞고 있 다는 지적이다.
"일본은 이미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30년을 연구해 왔습니다.
일본을 따 라잡기는 현시점에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.
따라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지요" 김 박사는 요즘
도 새벽 5시에 출근하는 '아침형 인간'이다.
모든 중요한 일은 오전에 모두 끝내고 연구원들에게도 밤 늦
게 일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.
로봇연구 자체가 창조적인 작업이고 생각하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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