전국의 여러 자치단체들이 ‘나노팹(Nano Fab) 센터’를 자신
의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.
나노팹은 신소재 등 초미세 기술을 연구하는 최첨단 시설로
10년 후쯤 각광받는 산업 분야가 될 전망이며 미국 유럽 일
본 등 선진국은 이미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.
이에 따라 과학기술부는 2010년까지 3단계에 걸쳐 1970억여원
을 투입, 1500평 규모의 나노팹 센터를 세워 활성화 및 자립
화 기반을 마련하기로 하고 올해 안에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
이나 과열경쟁 때문에 선정작업을 미루는 등 골머리를 앓고
있다.
이 때문에 철저히 입지타당성에 의해 결정돼야 할 부지선정
이 자칫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
가 나오고 있다.
과기부는 올 2월 1차 후보지로 한국과학기술원(KAIST)과 성균
관대(서울대, 한양대, 전자부품연구원 컨소시엄), 포항공대,
한국과학기술연구원(KIST) 등 4개 대학을 선정한 뒤 10일 최
종 결정하려 했으나 해당 자치단체들의 유치전이 과열되자 지
방선거 이후로 시기를 미뤘다.
대전시와 충남도는 그동안 “대전 대덕밸리에 100여개의 연구
기관과 800여개의 벤처기업이 밀집돼 있어 KAIST가 최적지”
라며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면 대덕밸리 부지 1만평과 100억
여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.
수원에 자연과학캠퍼스가 있는 성균관대 컨소시엄을 지원하
는 경기도는 “수도권과 가깝고 나노 관련기업들이 국내의
50% 가량 몰려있으며 삼성전자 등이 인근에 있어 산학연계성
이 높다”며 수원 팔달구의 경기도 건설본부 터 1만평(200억
원 상당)과 도비 1000억원을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
놓은 상태다.
부산시 울산시와 경남도 경북도 대구시 등 5개 자치단체는 포
항공대를 지원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.
이들 자치단체는 “포항공대에 최고의 두뇌집단과 최첨단 연
구시설 등이 밀집돼 있으며 나노팹 센터와 같은 차세대 산업
부지는 당장의 입지타당성 보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고려해야
한다”고 주장하고 있다. 이들은 “영남에는 구미 포항 울산
에 산업단지가 많지만 이를 연결할 연구소가 부족하다”는 주
장도 내세우고 있다.
KIST는 분소(강원 강릉)가 있는 강원도가 밀고 있으며 서울시
도 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.
각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은 나노팹센터를 유치할 경우 지
역경제 발전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과기부장관을 직
접 방문하거나 관계기관에 건의문을 보내는가 하면 선거공약
으로 내걸고 있어 유치전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.
과기부 관계자는 “자치단체의 지원 여부도 센터 건립지 선정
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열 경쟁이 빚어지는 것 같다”고
말했다.
2002.05.17. 동아일보 |